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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의 꿈 (사랑샘사역 22주년기념 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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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병구
작성일15-11-07 00:00 조회1,0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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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샘사역22주년 축하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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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의 꿈



이병구 목사(세종우리교회)


&nbsp;



물 좋기로 소문난 동네


지금은 창원이라 불리는


옛 마산 낡은 역사 주변


막 기차 서글피 떠나면


절망의 포충망에 걸려 허우적거리다


날개 다친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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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실 난로는 꺼진지 오래


찬바람은 사나운 개처럼 목덜미 물고


밤새 놔주지 않았다


보루박스 위에 얹힌 낡은 몸은 새우처럼 말려 들어가고


등 뒤로 빈 술병만 성처럼 쌓였다


&nbsp;


대합실은 인적이 끊긴지 오래


노숙의 꿈은 호기롭게 장거리 표를 끊었다


마산을 출발한 꿈은 서울과 개성을 지나 신의주와 만주벌판


자작나무 숲을 지나 바이칼 호까지 내달렸다


&nbsp;


눈보라는 여전히 사방에서 몰려들고


술을 연료 삼아 달려온 기차는


추위에 지겨워 따뜻한 남쪽나라로 환승을 갈망하는 데 영혼은


구만리 절벽으로 기어들어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왜 그렇지,


녹슨 비명이 비루한 슬픔 덩어리를 헤집고 나왔다


&nbsp;


세월은 낡은 역사를 새롭게 단장했지만


여전히 노숙의 꿈은 누울 자리도 못 구한 체


술병처럼 이리저리 뒹굴었다


누가 절망의 포충망에서 나를 건져내랴


서럽게 슬피 우는데,


&nbsp;


저 멀리서 그가 다가와 시린 손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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