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회복으로 가는 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유성필
작성일15-07-05 00:00 조회1,848회 댓글0건

본문




회복으로 가는 길



2006년 독일월드컵이 개최되던 해에 축구를 좋아하던 나는 월드컵 경기를 걸고 베팅을 하는 스포츠 토토를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운동을 좋아하고 나는 스포츠 경기로 내기를 하는 것이라 도박이라는 인식도 별로 들지도 않았고 스포츠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재미와 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잘만하면 너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바로 이거야”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도 보고 잘 만하면 돈도 벌 수 있으니 너무 신나고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천원, 이천원 그리고 몇 만원이 몇 십 만원이 되었고 쉽게 생각했던 도박이 욕심이 생기고 횟수가 많아지니 도저히 돈을 딸 수 가 없었습니다. 점점 액수가 커지고 대출에 빌린 돈까지 나중에는 사채에 남의 돈까지 손을 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전세보증금이 월세로 되고 월세 보증금까지 다 날리니 우리 세 식구는 오고 갈 데도 없는 비참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7년 정도의 긴 도박중독 생활을 지나면서 지칠대로 지치고 가정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일본에서 나하나 믿고 시집 온 아내는 하나님께 기도하며 나의 회복을 위해서 참고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 무렵에 어느 목사님의 소개로 약물중독자들의 자조모임과 아내의 권유로 도박중독자들의 자조모임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모임에서 내가 처음으로 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고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2012년이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 더 이상 갈 곳도 없었습니다.



2013년 1월 첫 주 토요일에 나의 회복을 위해서 중독 예방과 회복을 위한 남산 걷기 “회복으로 가는 길” 1차를 우리 가족 셋이서 남산을 걸었습니다. 한 주 한 주 걷다보니 알코올, 약물, 도박으로 힘들었던 사람들과 가족들이 함께 남산을 걷고 이야기하며 점심도 먹고 교회에서 회복모임도 하게 되었습니다.



중독이라는 아픔은 서로를 이어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중독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2015년 3월에는 중독회복상담학교를 매주 월요일에 12주 동안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독의 문제를 바로 알아 중독의 회복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기독교중독연구소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독회복공동체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중독은 개인의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일이기에 회복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좋은 공동체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고 두렵기도 한 일이지만 내 뜻이 아니라 정말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사는 서울역 근처에는 많은 노숙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땅에서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너무도 힘든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내 자신도 그들과 별 다를 것이 없는 중독자이기에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오랜 바람이었던 노숙인 무료급식소에서 집단상담 프로그램도 맡게 되어서 함께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습니다.



중독은 하나님을 깊이 만날 수 있는 통로입니다. 어쩌면 너무 잔인하고 고통스런 방법이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를 향한 그 분의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지옥의 고통을 경험한 사람만이 천국의 기쁨을 누릴 수 있듯이 말입니다.



지난주까지 “회복으로 가는 길” 130차를 걸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니 길이 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공동체가 되고 있습니다. 중독에 빠져있을 때에는 어둡고 혼자이지만 회복의 길에는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중독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면 “회복으로 가는 길”을 함께 걷고 싶습니다.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에베소서5:8)



글쓴이 유성필 (기독교중독연구소장, 서울 성남교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