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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격리가 해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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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2-29 00:00 조회9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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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격리가 해법 아니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 2012.02.28 23:29 /조선일보 2012년 2월29일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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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img_caption.jpg"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얼마 전 보건복지부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조맹제 교수팀이 실시한 정신질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6명 중 1명꼴로 최근 1년간 정신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주변에서 정신질환 경험자를 접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선입견과 편견은 여전하다. 특히 가끔 뉴스를 통해 집중 조명되는 묻지 마 범죄를 보면 일반인들이 정신질환자를 공포의 대상으로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의 범죄율보다 낮고, 특히 살인 등 중범죄는 그 비율이 더 낮다. 정신질환과 폭력성이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는 대부분 병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재발한 상태에서 발생한다. 조현병(정신분열증)은 범죄 유발 요인으로 환청과 망상이 꼽힌다. 그런 증상은 약물치료를 통해 호전되는데 정신과 치료제 복용에 대한 편견과 인식 부족으로 약물 복용을 꺼리고 중단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 그래서 정신질환 피의자들은 대부분 약물 중단 이후 범죄를 저지른다.

이런 점에서 정신질환자는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이유만으로 장기간 병원에 가둬진 사람이 교도소 재소자보다도 훨씬 많은 5만~6만명에 달한다. 이는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 데서 생긴 결과이다. 아울러 인권침해의 소지도 있다. 장기수용된 정신질환자들은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잠재적 범죄의 피의자인 동시에 사회에서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인 셈이다.

호주나 유럽 같은 선진국들은 정신질환자들을 굳이 격리하지 않는다.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치료를 엄격하게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정신질환자에게 더 효과적인 약을 쓰거나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써서 환자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게 하면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가 정신질환에 효과적인 치료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현실은 불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정신과 폐쇄 병동이 꾸준히 늘어나는 나라이다. 장기입원도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다. 의료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저소득층은 하루 치료비가 제한돼 있어 제때 쓰면 약효가 좋은 고가약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재활(再活)이나 사회 복귀 지원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증세가 심한 정신질환은 재발을 막아주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급여 기준이 너무 엄격해 쓰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사회 복귀를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다. 장기입원을 대체해서 지역사회에서 치료받도록 의무화하는 외래치료 명령제는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정부가 좀 더 강하게 나서서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치료 시스템이 강화되도록 지원하고, 치료율을 높임으로써 정신질환자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도 줄이고 편견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나라가 선진국이 될수록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과 요구도가 높아지는데, 우리 사회는 그들 모두가 숨어서 지내거나 정신병원에 장기간 수용돼 치료를 받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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