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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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희순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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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우리 옛 조상들은 씨를 뿌려 농사를 지을 때도 한 구멍에 꼭 세 알의 곡식을 심었다. 한 알은 공중을 나는 새들을 위해서,다른 한 알은 땅속의 생물을 위해서,나머지 한 알이 우리 인간을 위한 것으로, 남아있는 한 알만이라도 싹을 틔우면 사람의 양식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옛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하잘 것 없는 미물에게도 그 존재의 가치를 존중해줄 줄 아는 여유를 베풀었으며,자연에게도 인간의 삶만을 위한 덧없는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는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존의 삶이라는 것을 이미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첨단 과학문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며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고 있는 현재,우리 인간 삶의 자세는 어떠한가? 각종 매스컴에서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비인간적이며 반사회적인 내용의 뉴스들은 물질적인 풍요가 빚은 산물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뚜렷한 변화 양상은 노인 인구의 증가와 가정파탄의 실상이다.한국노인복지신문(2004년10월 26일자)에 보도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사회가 선진국에 진입하기도 전에 조로(早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2000년도에 이미 65세이상 인구비중이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가끔 TV방송에서 노인인구 증가와 노부부의 동반자살,노부모와 자녀들 간의 갈등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보도를 들을 때면,나 자신도 노인의 한 사람으로서 서운함을 금할 수 없었다.
노인들이 생산활동의 소외로 느끼는 무력감,자아상실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사회 심리 교육적인 서비스 개발은 물론이며,노인계층인 우리 당사자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행히 본인은 교단(경남혜림학교장,합포여자중학교장)에서의 정년 퇴임과 동시에,하나님의 인도로 섬기는 문창교회의 장애인 부서,노인복지시설 등으로 봉사할 수 있어 감사했다.
그러나 2004년 1월부터 현재에 근무하고 있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위치한 ‘사랑샘공동체로 옮겨왔는데,지금은 토요일,주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출근하다시피하고 있다.
이 곳에 와서 시청각기기 조작,컴퓨터 교육 등 평소 내가 40년 교단 생활에서 취미로,혹은 담당업무로 하던 일들이 바로 활용되었다.
여기 입소하는 대상자는 주로 알콜의존자,가정폭력피해자 및 가해자,노숙자, 교도소 출소자 등이었으며,입소조건은 술, 담배를 끊는 것이며,전국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입소 시의 규칙을 위반하면 퇴소당하고,보호자 연서로 입소하게 된다.
훈련과정은 자체에서 계획한대로 실시하되,일반적인 것과는 달리 개인생활의 구속없이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정신적 부담 등도 일체 가하지 않는다
교육내용의 첫째는 하나님의 말씀,둘째는 일반교양,셋째는 시청각 기기조작(카메라,비디오카메라 등),직업재활교육(컴퓨터교육,기술훈련 습득)과 같은 것들이다.
훈련기간은 3개월이나 연장도 가능하다.이곳을 거친 입소자의 연령대는 22세에서 65세까지이다.
이들은 동서남북 각 곳의 나이,학벌,자라난 환경의 차이를 지녔음에도 입소 후 공동생활을 하면서 한 형제,부모같이 서로 위로하고 베풀면서 생활하고 있다.퇴소 후에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끔 찾아오기도 한다.
이 곳에서 협력하는 기관 중에 ‘여성쉼터’가 있는데,정말 보람된 일이 아닐까 한다.약 9개월여의 기간동안 부부싸움으로 헤어져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서로 만나 통곡의 눈물로 회개하고 화합하여 가정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본 순간,나 자신도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흘렸다.
가정으로 돌아가 잘 살고 있다는 안부나,이따금씩 방문하러 올 때는 그 이상 기쁜 것이 없다. 이것이 정말 봉사의 보람이구나라고 느끼면서,하나님이 부르실 그 날까지 이 일들을 끊을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곳에 왔을 때 생각나는 것은 ‘모아 엠마우스 공동체’를 창설하여 사람들에게 갱생의 길을 열어 준 ‘피에르’의 얘기다.그가 그 공동체를 시작한 것은 교도소출소자인 ‘조르주’를 만나면서 부터이고,이 때 ‘피에르’는 그에게 ‘조르주’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줌으로써,자신도 행복한 사람임을 알게하여 차츰 그로 하여금 행복하게 살게 만든 것이었다.
역설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인간이 자기자신에게 집중할수록 자기생각이나 자기문제에 몰두할수록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여 더 불안해진다.오히려 자기생각을 적게 할수록 자신에게 더 충실해지며,남에게 관심을 가질수록 자기 삶이 풍성해지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미국의 링컨대통령은 야외에서 돌아가는 길에 흙탕에 빠져 허우적대는 돼지를 보고 무심히 지나쳤다가,백악관에 돌아와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다시 그 돼지가 있는 곳에 가서 구해주었다.
링컨대통령은 말하기를 ‘진정한 사람은 선행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베푸는 사랑은 진정한 이기심일 뿐이다.진정한 사람은 분석과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으로 봉사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나이에 따라 봉사할 수 있는 일들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스스로 찾아 나가서 남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자.삶의 의욕을 잃고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함부로 저버리는 이에게 따뜻한 손길로 위로하고 베푸는 삶의 풍요를 누리며,조금씩 천천히 내 이기심에서 탈피하자.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섬겨주기를 바라지 않고 섬기기 위해서 오셨다고 말씀하셨다.우리 봉사자들은 조그마한 힘이나마,대접받기보다 대접하는 자가 되어 봉사에 힘쓰다보면 이 사회를 평화롭고 즐거운 사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노년에 이르러 내가 몸담고 있던 직장에서는 물러났지만, 그 동안 축적한 삶의 경험을 근간으로 이제 내가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열어 둘 것이다. 봉사에는 정년이 없으니까.
글쓴이 조희순 (사랑샘공동체 고문,마산문창교회 은퇴장로,전 합포여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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