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가정폭력피해여성을 섬기면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성기
작성일10-06-01 00:00 조회1,134회 댓글0건

본문



2002년 12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가정폭력 피해여성을 섬기면서                            


 


2002년 12월 12일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인 사랑이 샘솟는 집을 여성가족부로부터 인가를 얻어 만 7년간 운영해 오면서 그동안 나는 남성으로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보고 느꼈다.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자녀와 어머니들을 섬기면서 우리에게는 왜곡된 가치관과 이념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동일한 피조물인데도 불구하고 남성들에 비해 불합리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여성들의 아픔과 눈물을 보게 되었다. 특히 우리가 운영하는 쉼터가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과 자녀들이 출입하는 공간인지라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남편, 즉 가해자가 없는 자리라서 여성만의 아픔과 자녀들의 어려움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기도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가정폭력의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우리 쉼터에 입소한 어머니와 자녀들은 주위에서 만나는 다른 남성에 대해서도 지극히 방어적인 자세로 임한다는 사실이었다. 쉼터를 운영하면서 이 시대의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성역할을 이해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인 사고에서 탈피하여 양성평등을 부르짖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제까지 남성은 남성으로서 여성은 여성으로서 각각의 할 일이 있다고 학습되어 왔으며, 주어진 상황에서 선을 그어 놓고 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과거와 달리 남성과 여성의 일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누구나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사고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부터 양성평등에 대한 학습으로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공무원 시험이나 사법시험, 승진에 따른 시험제도에도 여성들에 대한 불합리한 조건들이 없어졌고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사회로 변화되어 양성평등 사상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쉼터 운영 초기에는 이미 어린시절부터 학습되어진 잘못된 가치관과 성역할 인식으로 인하여 혼란을 느꼈었다. 그중에서도 남성은 어떻게 행동을 해도 괜찮고 여성은 집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조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러한 사고를 가지고 쉼터를 운영하는 데 참으로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그러한 시기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실시한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정폭력 가해자 회복치료_ 프로그램에 따른 기본심화_ 과정 교육을 통해서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이 타파되었고, 여성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쉼터에 입소하는 어머니와 자녀들에 대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구체적인 도움과 해결책을 줄 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이제는 쉼터의 어머니와 자녀들에 대해서 답답해 했던 태도가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특히 우리가 운영하는 쉼터는 17년의 역사를 가진 사랑샘 공동체라는 기관과 협력하여 가정폭력 가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가정폭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나 그 자녀들을 돕는데 많은 유익을 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가해 남성들을 위한 생활시설을 운영하니 자연스럽게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이 만나는 상황이 만들어져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문제가 해결이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오랜기간 동안 형성되어 온 가정폭력 가해자들의 사고나 의식의 변화는 쉽게 기대하기 어려웠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가해자 남성이 진정한 변화로 가정폭력이 근절되어 가정이 회복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가정폭력 가해자들을 도우면서 성역할의 올바른 이해가 되지 않고서는 가정폭력의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그래서 가정폭력 가해자들에게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일정한 교육과정을 적절하게 도입하여 실시하였다.이러한 문제해결 측면에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을 통한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가정폭력이 없는 건강하고 밝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려면 이 시대의 모든 남성에게 여성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심어 주고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쉼터를 운영하면서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자녀들을 지원함과 동시에 가정폭력 가해자들을 만나 서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서 화해가 되고 회복되는 가정을 보았다. 가정폭력 가해자인 남성의 문제가 해결될 때 궁극적인 가정폭력의 피해를 입은 여성 문제가 해결되고 양성평등이 실현될 것이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가정이 여러 가지 이유로 가정폭력으로부터 위협받고 있으며 많은 가정이 해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다양성을 추구하는 남녀 성역할의 변화가 일반화되어 가는 이 시대에서의 가정해체 위기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양성평등에 대한 의식이 올바로 정립되면 우리 사회에 만연된 가정해체의 위기를 줄이고 인간관계를 바로 세워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성과 여성, 양성을 서로 잘 알고, 갈등상황과 어려움 앞에서도 잘 대응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기관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에 이미 양성평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우리 국민 모두는 양성평등의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할 때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