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14년 만의 화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성기
작성일10-02-22 00:00 조회1,456회 댓글0건

본문



지금으로부터 14년전 199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봄기운이 만연한 4월 초순, 경북 경산지역에 사는 분(당시 53세)이 알코올로 가족관계에 어려움을 겪던 중 대학에 다니던 따님이 지인의 소개로 사랑샘공동체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따님을 통해서 만약 그때 사랑샘공동체라는 단체가 없었다면 그들은 가족관계 해체라는 엄청난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드디어 가족들의 손에 이끌려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이 사랑샘공동체를 방문했습니다.


오랜기간동안 알코올에 찌든 생활을 하다가 보니 자연히 신체적으로 쇠약한 몸을 지닌 그를 사랑샘공동체의 새로운 식구로 맞이했습니다.


당시에 사랑샘공동체로서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말리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알코올로 세상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영접했습니다.


그 날 밤에 나도 새로운 입소자인 그와 함께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잘 잤는데,다음 날 아침에 그 사람에게 이상이 생겼습니다.


사랑샘공동체 생활관에 입소를 해서 잠을 자고나서 아침이 되었는데도,옆에서 잠을 자던 그가 깨어나지 않아서 부랴부랴 마산 삼성병원 응급실로 옮겼습니다.


그 날 오전에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져서 치료를 받던 중,하루만에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의사의 진단에 따른 사망원인은 자발성 대뇌출혈이었습니다.


자발성 대뇌출혈은 잠을 자는 중에 외부의 충격이 없이 외상이 없는 상태에서 뇌내에서 출혈이 이루어진 상태라고 의사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나중에 유가족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환자가 사랑샘공동체 생활관에 입소하기 몇 년전에 사고로 뇌에 충격이 있었는데,그것이 그 날 잠을 자는 중에 터졌던 것 같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유가족들로서는 갑자기 일어난 황당한 일이었는지라 그 날 이후로 미망인은 물론이거니와 유가족 모두가 심리적으로 상처가 깊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사고이기도 했습니다.


유가족들의 이해로 경산에서 장례를 치르고 난 이후로 몇차례의 위로 전화가 오갔습니다.그러나 자녀들의 방문이 한 차례 있었으나 미망인은 방문이나 인사가 없는 상태로 14년간을 지냈습니다.


14년이 지나고 나서 2010년 2월21일 오전 10시경에 그 사망사고의 당사자였던 유가족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사랑샘교회에 방문을 했습니다.


미망인이 된 모친과 세 명의 자녀들,그리고 세 명의 손주들이 경산에서,그리고 안동에서 달려왔습니다.


그들의 방문이 참으로 반가웠고,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 때 알코올에 찌들은 아버지와 불편한 관계에 있던 고1이었던 아들은 완숙한 청년의 모습으로,대학에 재학중이던 딸은 초등학생의 학부모가 되어서 나타났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14년전에 고인이 된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던 사랑샘공동체 생활관 식구들을 생각해서 준비를 해 왔다면서 선물이 들려 있었습니다.


미망인이 된 모친과 자녀들은 14년전에 있었던 일로 나에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에 나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말을 전하자,순간 아픔이 있었지만 사고가 난 이후로 자녀들은 안전하게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에 임하게 되었고 가정이 행복하게 되었으니 불행 중에도 감사한 일이었다라면서 나를 오히려 위로했다.


14년만에 기관을 운영하는 주체자와 수혜자와의 불편한 감정을 서로 내어놓고 화해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14년동안 어렵고 힘든 일이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사랑샘 사역을 감당하고 있어서 그들을 만났고,그들과의 화해도 이루어졌다는 것으로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그들은 사랑샘가족들과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에 자주 방문하겠다는 인사를 하며 밝은 모습으로 경북 경산과 안동지방으로 떠났습니다.


14년만에 이루어진 그들의 방문이 사랑샘가족들에게 14년이라는 기간의 오해도 봄이되면 한 겨울의 추위도 눈이 녹듯이 풀어질 수도 있다는 것과 아무리 회복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가정이라도 사랑샘공동체 사역을 통해서 건강하게 회복된다는 교훈을 심어주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