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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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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영숙
작성일09-07-14 00:00 조회1,7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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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그 후




 


 42년을 피아노교사로 살아온 나는 전공한 제자들 외는 그 수많은 제자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 글에 쓴 제자만은 틀림없이 기억을 하고 있다. 그가 음악의 재능이 탁월함이 아니라 매일 데리고 오는 할머니의 지식과 치마 바람이 대단해서이다.


  5년정도 피아노를 배웠는데 어머니 이름과 얼굴은 몰랐다. 지금 45세인 내 아들이 젖을 먹을 때였다. 연실(가명)이를 보고 “내가 아기 젖을 먹일동안 연습을 해라” 했더니, 그 할머니는 손녀가 치는 곡을 나보다 더 상세히 설명을 하며 가르치고 있었다. ‘실력 없는 선생과 얼굴 못생긴 기생은 하지 말라’고 한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한 말인가? 연실이가 피아노를 그만 둘 무렵의 저녁때, 처음으로 의사인 아버지와 유식한 시어머니 밑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사는 어머니가 찾아와 인사를 하였다. 아주 얌전하고 풀이 죽은 어머니다. 내가 시어머니의 교육열이 대단하드라고 했더니, 생긋이 웃으며, 시어머니는 하나뿐인 손녀 연실이에게 클래식 전집을 사와서 매일 들려주며, 섹스피어, 이광수전집을 읽어주고, 피아노, 무용, 가야금까지 배워주려고 하루도 빠짐없이 따라 다닌다고 했다. 


  이렇게 할머니의 교육방식대로 커온 연실이는 명문E대를 졸업하고 안과의사와 결혼을 했다. 딸을 낳았다. 그 딸도 나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한날, 딸이 “선생님, 우리집은 서울로 이사를 갑니다. 서울 오시면 꼭 우리 집에 놀려오세요”


“서울?. 좋겠네. 언제?”


“내일 갑니다. 엄마가 인사하려 곧 오신다고 저보고 기다리래요”


  서울로 이사를 한 연실이를 10년전에 만났다. 성격은 예전 그대로 살아있는데 모습은 달라졌다. 네 얼굴이 왜 그렇게 검고 시들어졌느냐고 물을 수도 없어서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는데, 성질급한 연실이가 눈동자를 크게 굴리며 따다따다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일이 아니라 잊어버렸는데, 어저께 동래 목욕탕 사우나 실에서 다시금 들었다. 내가 책을 출판한다고 하니 “ 선생님 제 이야기도 써 주세요. 내 실수가 타인에게는 덕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잖아도 소재를 찾던 중인데-


“정말? 오케이!. 그르면 집에 가서 내용을 써서 다오”


  


  시집가족들의 생활수준은 친정집과 천지차이였다. 그래서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남편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시집식구들을 경멸했다. 심지어는 명절이 와도 수준 낮은 시집식구들과 어울리기 싫어 딱! 한번가고 안 갔다.


  남편이 명절에 갔다 오면, 그 일로 인하여 불쾌한 어두로“다음번에 안가면 이혼이다. 모두들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이혼하라고 하더라.” 고 했는데도 다음번 그 다음번에도 가지 않았다.


  남편은 인내심의 한계가 왔는지 이혼을 요구했다. 이혼 후에  자신의 삶이 어찌 되려는 지를 전여 생각할 겨를도 없는 상태에서 순순히 도장을 찍었다. 행복한 결혼생활 10년을 도장한번 잘 못 찍어 끝이 났다. 나를 끔직스럽게 사랑했던 남편, 저러다가 화가 풀리면 돌아오겠지 하는 믿음. 딸아이 한명 낳고 영구불임수술을 한 몸이니 절대로 재혼은 안 할 것이야 하는 자신감을 무너트리고 이혼 1년만에 남편은 재혼을 하였다.


  남편은 생활비와 위자료를 충분히 주었다. 이미 쏟아버린 물 담을 수도 없고 하여, 새 출발이다! 는 구호를 외치며 하루하루 이웃들과 어울려 운동도, 대화도, 평생교육원에 가서 영어도 배우고 절에 가서 불경도 듣고 하였다. 자유인이 된 기분도 좋았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인생의 판도가 바뀐다. 평생교육원에서 만난 프로 사기꾼 K녀로 인하여 연실이는 산에서 절벽으로 떨어졌다. 천사가 하강한듯한 매력적인 얼굴로, 불경과 성경을 꿰고 종교를 논하는 승려 같은 유식함으로 접근해 와서, 순진무구한 연실이의 통장과 도장까지 맡아가며 5년동안 야금야금 파먹고 달아난 그녀는, 사기당한 사람들에게 붙들려 현재 감옥살이를 하고있다.


  연실이는 단칸방에서 전전하다가 알거지가 되었다. 친정에도 맞아 죽을까봐 말 하지 않았다. 딸과 당장 먹고 살아야겠기에 식당 설거지를 하려 다녔다. 그뿐 아니라 까페에서 안주 만드는 일, 매일 주인마담의 요강비우는 일, 화장실 치우는 일. 딸과 입주하여 환자 간호하는 일 등 온갖 허드레 일을 하였다.


  친정에서 공주과를 수업한 후에 의사남편과 결혼하여, 명문대의 동창들과 만나 우쭐대던 세월들이 폭포수처럼 떨어져 버렸는데도 연실이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사기꾼을 저주하지 않았다. 교만하고 욕심 많고 우둔한 내 탓이요! 할 뿐이었다. 도리어 이혼, 그 후에 당한 시련과 실패로 인하여 값진 인생을 배웠다고 한다. 감사한 것은 그런 환경에도 딸이 마음을 잡고 대학원까지 졸업하여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한 것과, 이제는 본인도 생활의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절망에서 성공까지의 경험을 무려 A포용지 10장으로 썼는데 요약했다.


  교회 갔다가, 절에 갔다가, 성당에 갔다하는 신앙생활을 정리하고 내가 섬기는 교회 출석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한번만 만나서 얘기를 하면 사기꾼을 척! 분별하는 감정사도 되었다.




* 연실이가 경험한 사기꾼 감별법을 간단히 써 본다.




1. 인상이나 인물이 호감이 간다.


2. 말을 잘 한다.(나를 못 믿어요? )


3. 이 프로젝트는 아무도 모르니 극비에 붙일 것


4. 청와대. 은행장. 시장. 장군 등 고위직 인사와 친분이 있다고 떠 벌  린다.


5. 자기집은 데리고 가지 않으면서 좋은 집 있는 동네 가서 자기집이   라고 한다.


6. 이자를 몇 달간 후하게 주고 고급품을 선물로 가져오고 최고급호텔  에서 식사를 한다.


7. 헛 전화를 보는데서 자주한다.


8. 여자인 경우 미인계로 검찰청 수사과장. 형사 등을 유혹한다.


9. 가문, 학벌. 주소. 종교를 때에 따라 바꾸어 가며 말 한다


10.남이 보는데서 아주 공손한 태도로 어르신, 교수님, 영감님 등 존칭 을 붙이고 붕! 띄우며 이유 없이 잘 해준다.


11. 옷이나 보석을 최고급으로 하고 다니며 자랑을 한다.


12. 박식한 것 같이 떠벌리는데 실상은 확실하게 아는 것도, 모르는    것도 없다.


13. 무엇이든지 자기가 해 준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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