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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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상처
정영숙
아파트 입구에서 싸움소리가 크게 들렸다. 너무나 시끄러워 견딜 수가 없어서 차라리 구경이나 해볼까하여 나가 보았다. 거기에는 우리 아파트에서 교양인으로 알려져 있는 M여사가 두 남자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빌고 있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12층에서 내려온 주민과 소장, 경비원 3명이 힘을 합쳐 말려도 삿대질을 하며 죽여 버리겠다고 난리 통을 친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M여사가 미안해 할까봐 뒤로 살짝 숨었다. 한 30분 정도 욕설을 퍼붓고 나더니 오토바이를 타고 횡 하니 떠났다. M여사는 넋이 나간 사람같이 경비실 안의 의자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서 물었다. M여사가 하소연하기를, 자기 집에 오는 할머니 파출부가 있었는데 자주 열쇠를 잊어버리고 가는데, 오늘도 몇 번을 부탁했는데도 또 잊어버리고 갔다고 한다. 은행에 가서 돈을 보낼 때가 있어서 급한 김에 열쇠 방에 전화를 하면서 “저, 거기가 다리 저는 아저씨 집이죠?” 잠시 있다가 “ 예, 맞아요 ”하기에 지금 빨리 와서 문을 열어 달라고 했더니, 5분 후에 처음 본 청년이 나타나 대짜고짜로 “뭐? 다리 저는 집이라고?”하고는 가 버렸다. 앗차! 실수를 했구나 하고 후회를 하고 있는데 다리 저는 아저씨와 그 청년이 왔다. 가슴이 덜컹했다. 청년이 고함을 지르면서 “내가 다리 저는 아저씨 아들이다. 그래, 다리가 절어서 네년한테 못할 짓을 하드냐 죽여 버릴꺼라고 협박을 하여 무조건 빌었다고 한다. 그래도 막무가내였다.
아파트 주민들이 이 꼴을 보면 내가 큰 죄나 지은 것 같이 볼까봐 피해도 따라 다니며 망신을 시켰다는 것이었다. 자기 아버지가 농담삼아 스스로 다리저는 아저씨 집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자기집을 잘 알것이라고 하여, 깊이 생각지 않고 말을 했다고 한다.
20년을 우리 동 열쇠를 보아왔고 내가 꼭 불러서 일을 시키는 것도 많은데, 이런 봉변을 주니 이젠 바꿀 때가 되었다고 했다. 경비가 다른 열쇠 집으로 전화를 하니까 인상 좋은 청년이 왔다. M여사는 그 청년을 데리고 갔다.
나는 M여사의 하소연을 듣고 반성을 하였다. 지난날을 도리 켜 보면 알게 모르게 교회생활, 사회생활, 친구, 가족, 제자들, 그 외 사람들에게 많은 말의 상처를 주었던 일을-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열등을 가지고 산다. 비중이 다를 뿐이다. 그것을 가슴 속에 엉어리로 뭉쳐 놓았는데 누군가가 바늘만큼 찌르면 폭발하게 되는 것이 열등이다. 또 열등의 얼굴이 상처다.
M여사가 가면서 하는 말이“ 정선생,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또 자기가 그렇다고 인정을 해도 본인 앞에서는 바른 말을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참으로 바른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 가지 더 붙이자면 본인 앞이 아니라도 상처 주는 바른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화근이 되지 않는다. 이 세상에 바른 말 해서 좋아하는 사람 못 만났다
말의 상처
피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피가 난다
아프지 않은 것 같은데 아프다
싸움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싸운다
죽이지 않는데 죽는다
지우개로 지우고 물로 씻어도
흔적은 남아있다
그것의 주범은 칼이 아니고
칼날이 달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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